Jae-Kyung Cho LLM Developers who was a Robotics engineer

Diary - 2023년 회고

2022년 회고에 이어 두 번째 회고!! 2023 회고를 위해 2022 회고를 오랜만에 보게 되었는데, 목표했던 바를 이룬것도 있고, 한참 벗어난 것들도 있었다. 사실 다시 읽어보기 전에는 잘 기억이 안났는데… 1년 주기의 회고는 조금 긴 것 같다는 기분도 든다. 6개월 단위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작년에 2022년 회고를 쓰고 나서 나에 대해 많은 걸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주간 회고를 작성해왔는데, 8월쯤까지는 열심히 쓰다가 그 이후로는 뚝 끊겼다 (삶에 치였다는 핑계…ㅠ). 그래도 1년간의 기록이 꽤나 많이 남아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2024년에도 틈틈히 주간회고를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야겠다. 2023 회고에서는 해당 주간 회고들을 정리하고, 2024년의 목표를 설정해 보고자 한다. 이번 회고는 좀 이것저것 길게 써봤다!! 스압주의~~

2023년 회고

처음으로 Job 을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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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전에는 분명 Robotics & Deep learning engineer 였는데, 이제는 LLM Developer 라고 불려야 할 것 같다. 내가 LLM 을 하다니…!! 연구실에서도 LLM 쪽 연구들은 잘 모르기도 했고 주의 깊게 듣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된게 신기했다. 물론 입사하기 직전 chatGPT가 상용화되었고, 이걸 몇 번 쓰다보니까 트렌드가 이쪽인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넘어온 것도 있다.

부서배치를 받을 때가 되자 LLM 쪽 업무를 하면서도 강화학습을 계속 공부할 수 있는 쪽으로 배치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LLM finetuning 팀이었는데, 팀원이 적고 업무가 엄청 빡세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래서 HR 분들과 배치면담에 들어가자마자 “제일 빡센팀으로 보내주세요!!!”라고 외쳤다ㅋㅋㅋ. 덕분에 원하는 팀에 잘 배치가 될 수 있었다. 실제로도 나중에 팀장님 이야기를 들어보니, 팀장님이 신입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했는데 HR 분께서 팀장님께 와서는 “저는 이 분(나)을 추천드릴게요”라고 하셨다고 (모든건 계획대로…!!)

팀에 배치받고 약 8개월동안 LLM 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입사 전에는 LLM이 Transformer 쌓아서 만든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그래도 어디가서 대화할 수 있을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LLM 은 너무 모델 사이즈가 크다보니 Multi-GPU 를 활용하는 방법이나 inference 속도를 최적화하는 방법론들이 많았고 관련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GPU도 16노드, 32노드 사용하면서 학습해보는 경험은 연구실에서는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런건 진짜 우리회사 최고다!!!). 강화학습을 직접 사용하는 업무는 아니었지만, 내년부터는 관련 업무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그리고 LLM 은 진짜 Data centric AI 그 자체였다. RoPE 나 LoRA 처럼 아키텍처와 모델을 건드리는 작업도 물론 중요했지만 Data 의 퀄리티가 너무 많은 것을 결정짓는달까. 아직도 Google 이 OpenAI 를 못따라가는데에는 MS의 Github 인수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또 연구실에서 Open-source 데이터들을 그냥 사용했던 것들에 비하면, 기업에서 이뤄지고 있는 대규모의 데이터 제작 과정들은 꽤나 힘든 작업이었다. 특히 엑셀 표를 보면서 데이터를 계속 검수하고 있으면 내가 개발자가 맞나 싶은 생각도 가끔 들었다.

결론적으로 대기업에 들어와서도 하고싶었던 일과 크게 괴리가 없으면서도 트렌디한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물론 나는 행복의 역치가 좀 낮은 사람이기는 하지만…ㅋㅋ 또 2022년 회고에서 2023년 경험 목표로 삼았던 “제도화된 시스템” 들에 대해서도 약간은 이해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계획을 세우는 것: 책임과 소통의 연속

1년전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내게, 항상 믿고 의지하던 연구실 선배가 해준 말이 있었다.

연구실에서는 추진력있고 빠르게 처리하는 모습이 더 우선시 되는 가치였다면, 사회에서는 conservative 하게 단계를 차근차근 만족시키며 일을 처리하는 모습이 더 우선시 되는 가치인 것 같아. 그게 다수를 위한 우월전략이야.

실제로 우리팀에서 일을 잘한다고 느껴지는 분들은 다 이런식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해서 성과를 공유하고. 나같은 경우에는 그게 너무 어려웠다. 팀에서 처음으로 업무를 배정받은 7월쯤, 나는 닥치는대로 일을 시작했다.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와 관련된 업무였는데, 계획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최신의 방법론들을 하나하나 적용해보고 평가해보면서 감을 잡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사실 할당된 업무도 “어떠어떠한 서비스를 내놔라” 이런게 아니라 “관련 성능을 끌어올려보면 어떨까요?” 와 같은 조금은 나이브한 업무였다고 생각되긴 한다.

그렇게 2달쯤 관련 실험들을 반복하자 뭔가 방향성을 잃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RAG 에 대해서 좀 파악이 되기는 했는데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목표의식을 잃었다고 해야하나… 그 때 팀장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렇게 연말까지 유야무야 (?!?!) 있을건가요? 개발 범위는 어떻게 되는지, 그것을 위해서 어떤 계획을 통해 어떤 실험을 해서 검증할 것인지, 미리 계획을 세우고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실 나도 느끼고는 있었지만 막상 이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올해의 유행어 유야무야…) 사실 “저한테 명확한 목표가 할당되지 않았는데 계획을 어떻게 세우나요?” 이런 생각도 들면서 조금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치만 막상 계획을 세우려고 해도 어떻게 세워야할지 잘 감이 오질 않아서 주변 동료분들께 여쭤봐도, “지금 어떤게 안되는지, 어떤걸 되게 만들건지 생각해보면 되지 않을까요?” 등의 답변이 주로 돌아왔다.

그러던 도중 11월 중순에 팀원 한분이 퇴사하셔서 관련 업무를 내가 맡게 되었다. 웹페이지 제작이 필요한 업무였는데, 타팀에서 프론트/백엔드 개발을 담당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타팀과 협업하던 도중, 특정 기능의 개발 방향성을 결정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일회성 기능이라면 하드코딩 할 것이고, 이후에도 쓸 기능라면 추가적으로 제대로 개발해야한다고. 그 때 나는 “팀장님께 여쭤봐야 할 것 같은데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타팀분께서 하신 말씀은

담당자님 의견이 가장 중요하죠. 관련해서 가장 많이 알고 계시잖아요. 담당자님께서 생각하시는 방향만 말씀해주시면 그 방향대로 개발해드리겠습니다.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그러게…왜 내가 이 방향성을 결정하지 못하는거지? 내가 책임지고 있었던 일이 아니어서 그런게 아닐까? 방향성이란 곧 계획이다. 결국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내가 하려는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야한다. 리더가 제시해주는 목표를 구체화시키는 것은 실무자의 일이고, 구체화시키지 않으면 계획을 세울 수 없다. 내가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었던 건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그 일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RAG 업무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책임지고 있는 일에 대해 나는 자발적으로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Hierarchy 가 있는 회사에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그걸 망각하고 누군가가 일을 시켜주길, 누군가가 목표를 세워주길 바라고, 누군가가 그리고 있는 그림에 편승하려고 했던건 아닐까?

계획이 필요한 이유는 이해할 수 있었다. 계획을 세우는 것은 동료에게 나의 일을 공유하고 나의 일을 피드백 받기 위함이다. 특히나 Multi-hop 동료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계획이 필요하다. 팀장님은 내가 한 일을 팀장 회의에서 공유해야 하고, 임원은 그 이야기를 위에 전달해야 한다. 연구실에서 교수님께 연구 내용을 설명할때도 2주 정도 설명드리지 않으면 관련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신다는 것을 배우지 않았던가? Multi-hop 에 전달되기 위해서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결과를 공유하는 긴 호흡의 소통이 필요한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소통을 위함이었다.

책임감을 가지는 것. 소통을 중요시할 것. 계획적으로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 항상 마음속에 가지고 있어야 할 두 가지 가치다. 내년에는 조금 더 계획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Strongman과 일하는 법

올해 신입인데도 임원이 개최하는 TF 에 많이 불려다녔다. 사실 팀원분들은 귀찮은 일 한다고 걱정하셨지만 나는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한 팀에서 일어나는 일 뿐만 아니라 조직 단위에서는 어떤일이 일어나는지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고, 실무자가 아닌 경영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느껴볼 수 있었는데다, 타팀 분들과 조금 더 알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무엇보다 Strongman (=Decision maker) 이 어떻게 일하는지 많이 경험할 수 있었다.

Strongman 과 진행되는 TF에서는

  • 우선 공개된 기술들을 bottom-up 방식으로 펼쳐놓고 빠르게 정리한다.
  • Strongman 은 해당 자료들을 보고 통찰력을 발휘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가설을 세운다.
  • 해당 가설들은 실무자들이 신속하게 검증한다. 이 때에는 수치화된 증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만약 chatGPT functions call 기능이 출시됐다면, 이 기능이 할 수 있는/없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수치화된 자료와 함께 정확히 제시해야 한다. function call 기능이 argument가 4개 이상일때 안된다던지, function이 5개 이상 들어가면 안된다던지, 수치화된 자료를 제시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 이 과정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Strongman 이 내리는 결정들이 흥미로웠다. 한 가지 예시를 남겨보면, TF에서 chagGPT function call 의 도입에 대한 해당 과정이 진행되었다. 난 사실 function call에 관해 공부하면서 되게 재밌었고, 실제로 적용해 서비스를 제시해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Strongman은 현재의 방법론들이 실제로 모델을 서빙해서 이익을 창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았다. Token 의 개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비해, 그 성능은 그에 비례하게 나타나지 못하는데다, LLM의 reasoning 성능이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hatGPT 가 function call 기능을 오픈한 것은, 서비스를 위함이 아니라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함으로 판단했다. 나는 펼쳐진 기술들을 보고도 단순히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장기적인 서비스로써 이익을 낼 수 있는지, 해당 기술의 side effect는 어떤 것이 있는지 복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이 느껴졌다.

결국 나중에 Strongman 이 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GPT4의 압도적인 성능이 RLHF때문인지 MoE 때문인지, 만약 RLHF를 적용해 LLM이 범용적 가치를 따른다면 heavy tail task들을 잘 못풀게 된 것은 아닌지, 그 heavy tail 을 우리가 찾을 수 있을 것인지, 이런 고민들을 평소에도 계속 하면서 LLM 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야겠다. 물론 LLM 이 아니더라도 관심있는 필드에 대해서 더 장기적인 생각을 가지고 살아보자!!

인간관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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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들어오고 들어오고 나서 가장 좋았던 점 중 하나는 동기들 중 나와 비슷한 사람이 많다는 것이었다. 정확히 뭐라고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사실 이런 것들은 정의하는건 좋지 않다. 정말로 중요한 것들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법이니까) 심지가 곧다고 느껴지는, 내가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비즈니스, 커리어, 나의 진로와 크게 상관없이 단순히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된 것 같아서 좋다. 사실 이런 친구들을 학부때는 많이 만났던 것 같은데, 대학원에 들어가고 나서는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동기 문화는 경력직으로 입사하거나 스타트업에 입사했을때는 경험해보기 어려운데, 동기들이 많아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팀원들이랑은 너무 친해지면 업무할 때 불편할 수 도 있을 것 같다는 일종의 trade-off가 있는데, 동기들은 정말 무조건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1년 동안 동기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7월에 회사에서 좋은 기회가 있어 Andrew Ng 교수님의 강연을 듣게 되었다. 딥러닝에 대한 이야기들은 굉장히 general 해서 큰 영감을 받지는 못했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좋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의 특징은 “community and together: 모두를 이롭게 하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찬스를 잡아나가는 것”이라는게 신기했다. 이번에 MLB 역사상 최대 계약을 따낸 오타니 쇼헤이 (근데 진짜 사기캐…잘생기기까지) 도 “자신이 휴지도 줍고 담배꽁초도 줍고 모자 벗고 운동장에서 인사도 하고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려고 노력하다 보면 조금 더 행운이 많이 따르지 않겠냐” 라는 말을 했다. 주변 사람들, 커리어에서 스치는 많은 이들에게 친절하고 베풀면서 사는 일, 결국은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라는 걸 잊지 않아야겠다.

올해도 많은 사람들에게 생일, 졸업 축하, 그리고 결혼식 초대를 받았다. 좋은 일이 있을 때, 먼저 연락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가? 나도 누군가를 먼저 축하해주고 사랑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가족들, 여자친구, 동기들, 친구들까지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2023년을 행복하게 만들어줘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그대, 어떻게 살 것인가

My life

사실 올해 하반기는 좀 만사에 집중이 안됐다. 핑계라면 핑계지만 두 가지 정도 이유가 있다.

일단 첫번째로는 5월 29일에 발바닥을 다쳤다. 족저근막 부분파열. 옛말에 발은 만병의 근원이라는데, 진짜 어른들 말씀 틀린게 없다. 발바닥 다치면 일단 삶의 질이 걍 바닥이 된다. 운동을 못하는건 둘째치고 제대로 걷질 못하니까 별게 다 어렵다. 팀점심 좀 멀리서 잡히면 땀 뻘뻘흘리면서 가고 출퇴근도 너무 고되고…..게다가 족저근은 낫지도 않는다. 삼성병원 교수님 말로는 가만히 있는 수 밖에 없다는데 어떻게 발을 가만히 있나요 교수님?? 하루종일 누워있나요?? ㅠㅠ 진짜 2019년 결핵 걸렸을 때보다 힘들었다. 농구도 못하고 테니스도 못치고…12월이 된 지금까지도 완벽히 낫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20대 초반의 몸이 아니니, 아프면 운동하지 말고 쉬도록 하자.

두 번째는 집 이슈였다. 일단 서울대 앞이었으면 내가 시세도 알고 많이 둘러본 곳이니까 어디가 좋은지 대강 감을 잡을텐데, 위치가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다보니 너무 넓은 지역을 파악해야 했다. 그리고 조금 큰집으로 이사를 가려다보니 전세대출이다 뭐다 공부할게 산더미…결국은 2호선 분당선이 전부 있는 왕십리로 왔고 전세 대출도 안전하게 보증보험까지 다 마무리 지었다. 왕십리 시세는 진짜 빠삭하게 익혔다ㅋㅋ 이번에는 부모님 도움 하나도 없이 전세계약을 마쳐서 부동산 관련 법률이나 제도도 많이 알아낼 수 있었다. 꽤나 힘든 여정이었다. 나중에 집 살 땐 어떡하나 몰라…

그래도 처음으로 투룸에 살아보게 되었고, 삶의 질은 많이 올라갔다. 회사의 테니스 동호회도 격주 금요일 해프마다 나가고 있고, 뭔가 많이 실력이 늘어서 기분이 좋다. 오히려 농구보다는 테니스에 더 재능이 있는걸지도?? 확실히 바디컨택이 없으니까 더 수월하다. (난 옛날부터 바디컨택을 무서워했으니까…) 회사에서 독서 스터디도 하면서 강제로 책도 한달에 한권정도 읽게 되었다. 독서정리록

확실히 학교에 있을 때만큼 운동을 자주 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퇴근하면 좀 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할 뿐더러, 주변에 농구하거나 테니스를 칠 수 있는 시설도 마땅치가 않다. 그래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를 물색해봐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냥 인스타나 유튜브로 시간낭비하지 말고, 생산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들 말이다. 가령 요리라던지.

My career

어딘가에서 나의 커리어에 대해 소개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사실 내 커리어는 일정하지는 않은 것 같다 (누구나 그럴지도 모르지만). 물리를 너무 좋아해서 물리학과를 가고싶었던 고딩은 결국 성적맞춰 기계과를 갔고, 제대하고는 알파고를 보고 딥러닝 공부를 하다가 전기과 자율주행 연구실로 갔고, 갑자기 미국가서는 강화학습 하겠다고 하다가, 박사 때려치고 취직해서는 LLM 개발을 하고 있다. 뭔가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 커리어와는 거리가 먼 느낌이다. 게다가 LLM 일을 통신회사에서 하고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뭔가 현재의 커리어를 설명하기도 조금 애매하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언어 모델을 학습하는 “경험”을 쌓고 있는 것은 명확하지만 내가 언어 모델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까? 과연 나는 어떤 것에 있어 “전문가”일까?

연중에도 Toy project 들을 몇 개 했다. Kaggle 같은 사내 데이터 경진대회에 참하여하기도 했고, AI 를 활용한 통화 서비스를 기획하고 데모를 만들기도 했으며, 여자친구 회사에서 AI를 어떻게 적용해볼 수 있을까 고민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Toy project 가 항상 일정 수준 이상을 넘지 못하고 멈추게 되었다. 내가 전문성이 없나…?? 하는 생각이 다시금 들게 만들었다.

재밌는건 연구실에 처음 들어갔던 2020년에도, 연구실을 졸업하던 2022년에도 똑같은 고민을 했다는 것이다. (이래서 회고록을 남겨야된다ㅋㅋㅋ인간은 걍 망각의 동물임)

- 2022년 회고 중 -

취업을 할 때가 다가오자 내 커리어를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될 것인가. 마지막으로 내린 결론은 모르겠다 라는 대답이다. 웃기지만 이거야말로 내 인생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단어다.

나는 모르겠다. 내 미래를 전혀 모르겠고, 내 미래를 계획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고 즐거운 일을 선택하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다행히도 나는 꽤나 눈치가 빠르고 두뇌회전이 좋으며 적응력이 뛰어나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나에게 주어지는 새로운 일들을 하면서 살아갈 작정이다.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연구를 했고 대학원에서 생활했다. 나는 새로운 곳으로 가보고 싶다. 그래서 반대쪽 극단에 있는 제도화된 대기업으로 가는 것을 결정하게 되었다. 적어도 2~3년 정도는 이곳에 있어볼 생각이다. 그 다음에 하고 싶고 재미있어 보이는 것이 생긴다면, 나는 가차없이 떠날지도 모르겠다.

8월쯤에 디피스트 여름캠프에서 하이퍼커넥트 ML 리더분을 만났다. 그분이 했던 말씀 중 “Cargo cult 를 주의하라”는 말이 있었다. 단순히 ML의 단계들을 수행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직접 데이터를 보고 진짜 ML 이 동작하는지 확인하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앞으로 다른 곳으로 이직할 수도 있고 박사를 할 수도 있지만, ML 필드에서 계속 커리어를 이어나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땐,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따라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도록 하자!! 단순히 구글에 있는 ML 코드를 돌리는 것을 넘어 실제 데이터를 보고 그 문제들을 ML로 해결하다보면, 언젠가는 ML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대가 없이 도와주자. ML필드에 있는 사람들, ML 지식을 원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그들이 나를 이용하게 하자. 당장 돈을 벌고 이득을 보려 하기보다는 대가를 받지 않더라도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들을 찾자!! 어떤 사람들이 나를 어떤 분야에 대해 필요로 하는지 아는 것이 내 전문성을 찾는 길이 아니겠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여자친구랑 가끔 여자친구 사업에 AI 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럴때마다 여자친구는 정말 자기 사업, 스타트업씬의 스토리에 푹 빠져서 이야기를 쏟아낸다. 정말 무언가에 몰입하는 것은 매력적이다. 나도 어떤 것에 미친듯이 몰입할 수 있을까? 신나서 나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사실 미국마인드보다는 유럽마인드에 가깝게 살았다. 유럽마인드가 뭐냐면 약간 직업보다는 삶 자체에 비중을 두는거랄까? 2023 NBA final MVP 요키치 인터뷰를 보면 딱 나온다.

“농구는 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냥 제가 잘하는 것일 뿐이죠. 저에게는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서 가족들과 경마를 보는게 더 중요합니다.”

유럽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서 비관적이다. 따라서 현재를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게 여긴다. 나는 스위스 교환학생 이후로 이런 마인드셋을 가지고 살아왔다. 치열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를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날씨가 좋은 날 들판에서 낮잠을 잘 수 있는 여유, 바빠도 주말에는 모든 걸 내려놓고 여행을 갈 수 있는 여유 있는 인생을 살고싶었다. 길을 걸으면서 하늘을 보는 여유를 갖지 못한다면, 하늘이 아름다운 것을 깨달을 수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그런 인생을 원하지는 않았다. 어떤 목표를 위해서 살아가는 방향성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정확히 어떤 목표를 쫓아야 할지 제대로 감이 오지는 않는다.

목표를 잃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은 기계적인 코딩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내가 하는 일들이 우리 회사의 언어 모델의 성능을 개선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앞으로 모델 성능을 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 언어 모델이 무엇을 위해서 개발되는가에 대한 의문이 해결되지 않았다. 내가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나 제품에 기여하는 것이 나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멋지게 살아가고 있는 내 여자친구조차도 계속 고민하고 있는 것. “나는 왜 사는 것일까?” 를 계속 고민해 보도록 하자. 내가 지금 너무 생각없이 사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여자친구는 이런 시기도 있어야 한다고 말해주지만…고맙다) 대학원 때 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씩 내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자!!

2024년에는…

2023년을 시작하면서 이루고 싶었던 것들을 이루었는가 하면 그래도 절반은 이룬 것 같다. 바램대로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고, 테니스도 많이 늘었으며, 회사 내에서 팀 단위의 현업도 경험하고 임원분들과 직접 소통하는 TF 도 경험해볼 수 있었다. 신나게 놀기도 했고 주말 근무를 달려보기도 했다. 논문 읽는 일은 좀 소홀히 하고, 외부활동도 거의 못하는 등, 아카데미의 딥러닝 트렌드를 따라가는 일은 소홀했다고 볼 수 있겠다.

2024년에는 내 꿈이 무엇인지 찾아보려한다. 얼마 전 여자친구랑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중, 갑자기 나한테 꿈이 뭐냐고 물어왔다. 뭐라고 대답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뭐 척척박사가 되고싶다고 했나, 대충 대답했던 것 같다. 대충 대답하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라, 사실 생각이 안났다. 내 꿈이 뭐지?

꿈은 내가 꼭 해결하고 싶은 무언가, 그 중에서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말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여자친구의 꿈은 여성 창업가들이 동등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1~2년 안에는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 나는 이런 문제를 가졌던 적이 있는가? 올해는 나의 꿈이 뭔지 생각하면서 살아보는게 목표다.

물론 이것 말고도 매일매일을 즐기며 살아가자. 조주기능사도 좀 따고 미뤄 뒀던 영어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친한 친구들 다 결혼하는데 나도 준비좀 하고.

무엇보다 2024년에는 절대 아프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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