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e-Kyung Cho LLM Developers who was a Robotics engineer

Diary - 2022년 회고

개발자의 길로 들어선 뒤 꼭 해보고 싶었던 회고!!
2022년에는 내 인생에서 중요한 일들이 많았고 2023년은 지금까지 대학 생활을 해왔던 8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 것 같다. 작년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되돌아보고, 올해에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살아갈 것인지 적어봐야겠다는 생각이다.

2023년 회고

  1. UMD 파견 생활

    아주 좋은 기회가 생겨서 University of Maryland 에 파견 연구원으로 약 7개월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사실 반년 빨리 갔어야 하는 거지만 코로나로 인한 비자 처리 때문에 반년 늦어졌다. 근데 결과적으로는 아주 좋았던 것 같다. 이전에 하던 연구 (Blind spot detection through sound)를 그래도 일단락하고 미국으로 넘어갈 수 있었고, 내가 원하던 아예 새로운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강화학습을 이용한 드론 제어 연구를 시작했는데 미국에 있는 동안 완벽하게 마무리하지는 못했다. 그치만 졸업논문으로 일단락 했다는 점에서 50점 이상은 주고 싶다.

    연구실 멤버들, UMD 교내 농구 리그 우승, 드론 연구 실험, UMD에서 만난 한국 친구들


    사실 UMD에서 느낀 건 연구적인 내용보다는 미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였다. 미국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한 반면 한국은 자신을 감추는 것에 익숙하다. 특히 Petting Zoo 팀과 함께했던 open-source contribution의 경우, 정말 자신감에 차서 연구를 진행하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친구들이 모여있었다. 그런데 막상 코딩을 해보면 내가 더 잘하는 상황이 있었다… 나는 뭐든지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적당히 감추면서 적당히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미국 생활을 하면서는 나를 드러내는 것에 좀 더 익숙해졌다.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나의 연구를 설명하고, 먼저 메일을 보내는 등, 내가 먼저 움직이는 능동적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두 번째로는 미국 연구실의 산학 협력 구조가 놀라웠다. 모든 랩 친구들은 한 번 이상 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거나, 인턴을 병행하고 있었다. 사실 서울대 연구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구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KAIST는 꽤나 있었다!!) 나는 하나만 주구장창 파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박사 과정 도중 회사로 일하러 가거나, 다른 환경에 떨어지는 이런 구조가 더 fit이 맞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한국의 석박사 과정을 포기하게 되었다!! 만약에 박사를 해야 한다면 미국에서 하는 것이 더 성격에 맞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세 번째로는 꽤나 외로웠다는 점이다. 스위스 교환학생을 할 때에는 사실 외롭지는 않았다. 기숙사 친구들과 친했고, 한국에 남겨두고 온 것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여자친구를 한국에 두고 외국 생활을 하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미국에 가야 한다면, 언젠가 가야 한다면, 꼭 함께 가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얼른 여자친구 창업이 잘 마무리 되어서 함께 미국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 좋은 친구들과 너무 좋은 교수님을 만나서 잘 적응하고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Khalid, Sharan 등 연구실 친구들도 너무 좋았지만 UMD 한국 친구들이 없었다면 정말 외로웠을 것 같다. 준수, 찰스, 필규형, 2지혜, 선또빼 등 고마운 친구들이 너무 많다. 압도적 감사!!

  2. J 교수님과의 대화

    한국에 돌아와서 미국행 유학을 준비하고 있을 때 문자가 한 통 왔다. USC에서 로봇과 강화학습을 연구하시던 J 교수님이었다. 내가 가고 싶었던 연구실 중 하나였는데 먼저 만나보고 싶다는 연락이 와서 정말 깜짝 놀랐다.

    올해 KAIST 교수님으로 임용되셨는데, 새로운 연구실에 박사로 올 생각이 없냐는 제안이었다. 결과적으로는 거절하게 되었지만 나에게는 엄청나게 큰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내가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교수님과의 2시간 미팅이 끝났을 때 교수님의 마지막 질문은 이거였다.

    “지금 나쁘지는 않았는데요, 미팅이 엄청 신나지는 않네요. 혹시 박사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신가요?”

    짬에서 나오는 통찰력은 정말…나한테 박사가 맞는지 안맞는지 고민하고 있었는데…간파당했다. 머리가 하얘졌다. 정말 감사하게도 여기서 끝을 낸 것이 아니라, 내가 다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아 주셨다. 총 2주간 5시간이 넘는 면담 끝에 내가 내렸던 결론은 현업으로 가는 것이었다.

    Research scientist vs. Software engineer
    고민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마지막 질문은 이거였다. 나는 Research scientist 가 되고 싶은가? 혹은 Software engineer가 되고 싶은가? 사실 이전에는 이런 단어가 있다고 생각을 못했다. 기업들에서 어떤 직군을 뽑는지도 정확히 몰랐고, 그냥 R&D로 가면 편하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미국은 두 직군을 구별해서 채용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뭔가 대학때 저런 직군 구별을 들어보지 못해서 좀 생소하다) J 교수님에 따르면 두 분야는 다음과 같이 구분될 수 있었다.

    남이 설정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Software engineer,
    내가 문제를 설정하고 싶다면 Research scientist가 되어야겠죠.
    위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다면, 대학원에 가야 하는지 기업에 가야 하는지 명확해집니다.
    단순히 Research scientist가 더 나은 대우를 받고 더 나은 워라밸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선택하지 마세요.
    "이것을 하면 좋겠다" 보다는 "이것을 못하게 되면 너무 짜증날 것 같다"는 것을 선택하세요.


    사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가면서 N사에 계신 동아리 형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말했던 적이 있었다.

    “저는 진짜 척척박사가 되고 싶어요. 누가 뭐 좀 만들어 달라고 하면 뚝딱뚝딱 만들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요.”
    “말만 들어서는 어디 공업사를 차려야 할 거 같은데?ㅋㅋㅋ”
    “그런가요…대학원 가면 안되려나”
    “근데 대학원 나쁘지 않아. 하고 나면 또 도움이 된다.”

    사실 나는 저 때부터 내가 Engineer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진짜로 Software engineer가 되어 보기로 마음 먹었다.
    J 교수님의 제안은 정말 달콤했다. 구글과도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교수님이고, 연구 실적도 좋고, 연구실에서는 영어만 사용하면서 미국의 문화를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학생 한 명 한 명을 잘 지도해서 좋은 사람으로 키워내는 것이 교수의 첫 번째 목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었다. 5시간의 짧은 미팅이었지만, 내 인생에 아주 큰 영향을 미쳤다. 언젠가 크게 성공해서 한 번 찾아뵙고 싶은 분이다.

  3. 취준과 취뽀

    취준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인 N사는 1차 서류에서 탈락했다. “내가 면접도 안보고 그냥 떨어뜨려버릴 정도의 사람이었나?” 라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사실 N사는 내부사정으로 채용을 하지 않는 중이었다. (위로의 말이었을지도…)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 준비를 하고,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내가 CV와 포트폴리오를 미리 만들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게 시간을 단축시키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졸업 논문을 쓰면서 취준에 논문 리비전까지 해내기에는 분명 시간이 부족했을 테니까.

    취준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나를 원하는 회사가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 (자율주행, 로봇 제어, 강화학습)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는 많지 않았다. 사람들은 취준을 할 때 회사는 100개씩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는 그럴수가 없었다. 고작 5개의 회사에 지원하는게 전부였고 그 중 면접을 볼 수 있었던 회사는 3개였다. 뭔가 문이 좁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었다. 석사를 하고, 박사를 하면서 자신의 전공이 세분화될 수록 내가 갈 수 있는 회사는 점점 적어지는 느낌? 그러니까 그 전문성을 제대로 살리지 않은 채 대학원을 졸업했다가는 지원할 수 있는 회사만 줄어들게 된다. 혹시나 대학원 나오면 취업 잘되겠지 라는 생각에서 대학원에 진학한다면, 그 생각은 지금 버리는 것이 좋다.

    최종적으로 면접을 본 4개의 회사 (최초 면접 3개 + 원티드로 갑자기 연락온 1개)의 후기를 간략하게 적어둔다. 그래야 나중에 피드백이 될 테니까.

    S사
    단 1시간 반의 면접으로 사람을 평가한다고? 그렇기 때문에 준비를 철저히 한다면 통과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나는 떨어졌지만…) 나의 경우 문제는 loyalty였다고 생각한다. 이 회사에 왜 가고 싶은지 명확하게 정리해두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 회사에 가야 하는 이유가 다른 회사에 가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되면 안된다. 면접관이 나에게 했던 질문들은, “왜 현대차 안가세요? 왜 네이버 안가세요?” 이런 질문들이었다. 이 질문들의 의도는 내가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그 중에서도 이 회사가 가장 나은 점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이지, 현대차와 네이버를 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라는 것이 아니다.

    M사
    정말 좋은 회사였다. CTO분이 직접 면접에 참여하셨고, 사실 나와 가장 fit이 맞는 회사라고 생각했다. Science 보다 Engineer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회사였고, 그렇다고 최신 연구 트렌드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았다. 면접을 잡는 과정이라던지, 면접 과정에서 나와 소통하려는 방식도,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편안하고 잘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최종 합격했지만, 지금 다니는 회사에 비해 연봉이 조금 낮았기 때문에 포기하게 되었다.

    F사
    사실 아직 결과가 안나왔다. 내가 가장 기술적으로 자신있는 자율주행 경로계획 분야의 Job position이었기 떄문에 면접 자체는 굉장히 수월했다. 다만, 내가 계속 자율주행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했다. 나는 새로운 것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사람이고 항상 많은 경험을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연봉이 아주 높지 않은 이상 자율주행 업계로는 가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취준을 시작했다. (현차를 쓰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SKT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1박2일 면접이었다. 사실 엄청 힘들었지만 동시에 굉장히 재미있었다. 과학고 입시에 1박2일 면접이 있는데, 그 때의 느낌을 다시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 시간을 투자해야 그 사람에 대해서 알 수 있다. 사실 8명의 팀원들도 다들 암묵적으로는 누가 붙을지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사람들은 전부 붙었다.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뽑으려고 하기 보다는, 좋은 사람과 잘 배우고 적응하는 사람을 뽑으려 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기대가 되는 회사기도 하다.

    마지막까지 M사와 SKT 사이에서 고민했다. 마키나락스는 정말 매력적인 회사였고, 많이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화된 시스템의 구성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대기업인 SKT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조언을 준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


정말 많은 것이 바뀐 2022년이었다. 가장 많이 바뀌고 생각이 정리된 부분은 “나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난 어릴때부터 직업이 사람을 정의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2015년에 있었던 드림클래스때의 일이다.

나: “쌤의 꿈은 스위스에 있는 CERN에서 일하는 거야”
아이들: “우와 멋있어요~”
A쌤: “쌤 꿈은 그렇게 멋지지는 않어. 내 꿈은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 나를 반겨줄 수 있는 좋은 아내와 행복하게 사는 거야”

나는 이게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내 꿈은 농구장이 있는 집에서 나와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딸 낳고 함께 사는 것이 되었다.

취업을 할 때가 다가오자 내 커리어를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될 것인가. 마지막으로 내린 결론은 모르겠다 라는 대답이다. 웃기지만 이거야말로 내 인생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단어다.

나는 모르겠다. 내 미래를 전혀 모르겠고, 내 미래를 계획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고 즐거운 일을 선택하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다행히도 나는 꽤나 눈치가 빠르고 두뇌회전이 좋으며 적응력이 뛰어나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나에게 주어지는 새로운 일들을 하면서 살아갈 작정이다.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연구를 했고 대학원에서 생활했다. 나는 새로운 곳으로 가보고 싶다. 그래서 반대쪽 극단에 있는 제도화된 대기업으로 가는 것을 결정하게 되었다. 적어도 2~3년 정도는 이곳에 있어볼 생각이다. 그 다음에 하고 싶고 재미있어 보이는 것이 생긴다면, 나는 가차없이 떠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한 해 동안 고민을 하고 흔들리면서 많은 것을 바꾸는 동안에도 흔들리지 않고 옆을 지켜줬던 여자친구에게 정말 고맙다. 한 회사의 대표로써 회사를 운영하면서 힘들 때도 많아 보이지만 쓰러지지 않고 계속 성장하는 모습이 너무 멋지고 대견하다.


2023년 목표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SKT 이야기만 하면 다들 신의 직장 아니냐고는 하는데, 워라밸이 좋은 건 맞지만 개발자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개발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소문도 있다. 내가 SKT에서 배우고 싶은 것은 제도화된 시스템 구조다.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이제 슬슬 알 것 같다.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어떻게 연구해야 하는지, 어떻게 결론을 내고 발표해야 하는지. 그러나 함께 해결하는 방법은 잘 모르겠다. 바닥부터 배울 수도 있지만, 지금 큰 성과를 내고 있는 조직 안에서 배우는 것이 더 빠르고 정확하지 않을까. SKT 안에서 사람들을 어떻게 모으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도록 만들 수 있을지 경험하고 느끼고 배울 것이다.

또 중요한 것은 자기개발을 늦추지 않는 것이다. Deepest 활동도 끊임 없이 하면서 딥러닝 연구 트렌드를 follow up 할 것이다. 농구나 테니스도 이제 돈 좀 써가면서 배우고 실력을 키워봐야겠다. 회사에서도 뒤쳐지지 않고 내가 배울 수 있는 점들을 끊임없이 흡수할 것이다. 하루 하루 재미있게 살아가다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미래라 할지라도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You can only connect the dots by looking backward. Please get out of your comfort zone and experience as much as you can.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고등학교 친구들, 엔크바 친구들 처럼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관계들을 쌓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 언제 연락해도 어색하지 않고 맥주 한 잔 하면서 농담 따먹을 수 있는 그런 친구들이야말로 커리어보다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SKT에서도 이런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23년도 화이팅이다!! 아프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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